2025년 데이터 소비로 본 디지털 빈곤층 실태 분석
2025년, 한국 사회는 디지털 전환이 극단적으로 가속화된 상태다. 대부분의 행정 서비스는 온라인으로 이루어지고, 금융거래와 진료 예약, 공공 정보 확인은 스마트폰을 통해 자동화되었다. 일상적인 정보 접근조차 이제는 인터넷 연결 없이는 불가능한 시대가 된 것이다. 그만큼 데이터는 단순한 소비재를 넘어서 인간의 사회 참여와 생존을 가능하게 만드는 필수 자원이 되었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모두에게 평등하게 주어진 것은 아니다.
누구나 스마트폰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고정된 데이터 요금제, 불안정한 연결 환경, 디지털 기기 활용 역량 부족 등으로 인해 제대로 된 ‘연결’을 누리지 못하는 계층이 존재한다. 바로 ‘디지털 빈곤층’이다.
디지털 빈곤층은 단순히 소득이 낮은 사람들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데이터 사용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거나, 필요한 만큼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해 사회적 정보에서 배제되거나 필수 서비스 접근이 제한되는 사람들 역시 포함된다. 특히 실시간 영상 기반의 교육 콘텐츠, 공공 시스템의 온라인화, 모바일 기반 의료·복지 절차 확대 등으로 인해 데이터를 충분히 쓰지 못하는 문제는 실질적인 사회적 불이익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데이터 소비를 중심 지표로 삼아, 2025년 현재 한국 사회에서 디지털 빈곤이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분석한다. 또한, 데이터 접근성의 격차가 어떤 사회적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살펴보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향성을 함께 생각해본다.
데이터 소비량의 격차가 만들어낸 새로운 빈곤
한국통신진흥원이 2025년 초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모바일 사용자 중 상위 20%는 한 달 평균 약 80GB 이상의 데이터를 사용하고 있으며, 반면 하위 20%는 평균 6.4GB에 불과하다. 이러한 수치는 단순한 통계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왜냐하면 이제 대부분의 행정, 금융, 교육, 건강관리 서비스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사람들은 단순히 ‘유튜브를 못 보는’ 문제가 아니다. 공공 복지 서비스 신청을 위한 홈페이지 접속, 근로 지원 신청 시스템, 병원 예약 앱 이용, 혹은 온라인 구직 정보 열람조차 어려울 수 있다.
인터넷 연결이 불안정하거나 느린 환경에서 영상 기반 콘텐츠나 고용정보 플랫폼 접근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디지털 빈곤층 중 상당수는 노년층, 장애인, 농어촌 거주자, 1인가구, 청년 무직층 등에 집중되어 있다. 이들은 대부분 고정 수입이 부족하거나 디지털 기기에 대한 이해도가 낮으며, 요금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데이터를 아껴 쓰는 생활을 강요받는다.
이러한 환경은 이들에게 새로운 형태의 소외감을 부여한다. 즉, 데이터 부족은 곧 정보 소외로 이어지고, 결과적으로 사회 참여나 복지 혜택의 접근에서 체계적 배제를 당하게 되는 것이다. 더불어 디지털 빈곤층은 자녀 교육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데이터 사용량이 제한된 가정에서는 자녀의 원격 수업 참여가 제한될 수밖에 없고, 고화질 영상 강의나 학습 플랫폼 이용이 불가능해 학습 기회의 불균형이 심화된다. 이는 결국 세대 간 교육 격차와 계층 고착의 근본 원인이 된다.
디지털 빈곤층의 데이터 소비 일상과 실제 사례
서울 외곽에 거주하는 60대 박 모 씨는 복지 수급 신청을 위해 동사무소에 방문했다가, 해당 업무가 온라인으로 전환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스마트폰은 있지만 데이터가 부족하고 공공 와이파이도 연결이 원활하지 않아, 결국 일주일을 허비한 끝에 자녀의 도움을 받아 신청을 마칠 수 있었다. 박 씨는 “인터넷은 있지만, 쓰지 못한다”고 말한다.
이처럼 ‘접속은 되지만 활용이 불가능한 상태’가 디지털 빈곤의 핵심적인 특성이다. 또 다른 사례로, 전북에 거주하는 한부모 가정의 중학생 자녀는 학교 온라인 수업에 참여하기 위해 태블릿을 지원받았지만, 데이터 요금은 가정이 부담해야 했다. 월 10GB 요금제를 사용 중이던 가정은 일주일 만에 데이터를 초과 사용했고, 그 뒤로 수업 중 영상이 끊기고 음성이 지연되는 일이 반복되었다. 결국 이 학생은 교사에게 ‘수업 참여율 부족’으로 지적을 받게 되었다.
이와 같은 사례는 드물지 않다. 디지털 기기는 제공되지만 네트워크 환경이나 데이터 보장 없이 이뤄지는 디지털 전환은 사실상 형식적인 접근성에 불과하다. 2025년 현재, 디지털 접근을 위한 물리적 장비보다 데이터의 지속적 확보가 더 중요한 이슈가 되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저소득층 대상 ‘데이터 바우처’를 제공하거나, 공공 와이파이 지역을 확대하고 있지만, 여전히 실질적인 도움을 받는 대상은 제한적이다. 특히 1인 가구 노인층은 모바일 기술 사용 능력 자체가 낮아 단순한 연결 환경보다 디지털 역량 교육과 데이터 주권에 대한 이해를 함께 제공해야 실질적인 빈곤 해소가 가능하다.
데이터는 선택이 아닌 권리가 되어야 한다
2025년의 한국 사회에서 데이터는 생필품과 다름없다. 정보에 접근하고, 일자리를 찾고, 건강을 지키고,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데이터는 필수적인 인프라이며, 이제는 사회적 기본권의 일부로 간주되어야 한다. 그러나 아직도 수많은 시민들이 ‘데이터가 부족해서 정보를 못 얻는다’, ‘속도가 느려서 신청을 못 한다’, ‘영상을 보지 못해 수업에 참여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있다.
디지털 격차는 단순한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기회의 차이, 사회 참여의 기회, 교육의 기회까지 가로막는 구조적 장벽이다. 따라서 정책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단순히 공공 와이파이 확대나 기기 보급을 넘어, 일정 수준의 무료 데이터 보장, 복지 대상자 맞춤형 요금제 설계,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강화, 공공 데이터 권리 보장 제도화 등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
무엇보다 데이터 접근을 시민의 권리로 재정의하는 사회적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누구나 연결될 수 있어야 하고, 연결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하며, 그 연결이 정보 격차가 아니라 사회 통합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2025년 디지털 사회의 과제는 더 빠른 기술이 아니라, 더 많은 이들이 함께 연결되고 평등하게 접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데이터 없는 삶은 곧 정보 없는 삶이며, 정보 없는 삶은 선택 없는 삶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제 ‘데이터 복지’라는 새로운 정의와 함께, 모두가 연결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할 때다.